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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과기본

나에게도 오래전부터 변하지 않는것들이 하나 둘씩 생겨난다.지켜가고 싶은,지켜내고 싶은,지켜가야만 하는 나만의 것들이다. 어찌보면 내 삶의 기본같은 기본적인 것들인지 모른다.남들과 비교되지 않는,아니 비교할수 없는 나만의 절대적인것들이다.


이제는 그 수많은 내것들을 내 스스로가 존중하고 존경해 간다.그것이 나를 지켜가게 하는 이유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매일 만나는 오래된 워터맨이라는 만년필이 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녀석이다.이 녀석을 만난것은 2002년 여름 파리에서 였다.


겉은 조금 닳아 금장 도금이 벗겨졌지만 아직도 좋아하는 자주빛이 나는 금색 펜촉에는 WATERMAN PARIS F 라는 이니셜이 선명하다.10배가 휠씬 넘는 비싼 몽블랑 펜보다 나는 이 녀석이 더 좋다.


이유는 내가 처음 본 순간 첫눈에 반했기 때문이고,편한 친구처럼 늘 고뇌하고 아플때 항상 함께 하였기 때문이다.좋은 일을 적거나 만나는 자리에서는 항상 몽블랑이 함께하고..., 


사실 이녀석은 항상 아픈일 슬픈일 잠을 못자는 시간이면 항상 나와 함께 한다.그래서 일까? 난 항상 이 녀석에게 수많은 고민을 말한다.그리고 몇날 몇일 밤을 함께 새우기가 일쑤이다.나는 언제나 함부로 하는데 이 녀석은 날 절대로 함부로 하지 않는다.그저 묵묵히 진한 눈물을 흘리며 내 말에 귀 기울이며 듣고 있다.



나에게 수많은 친구가 있지만..., 
친구란 '숫자'로 표현하는게 아니란것을 배워간다.친구란 '수많은'이란 단어나 '가장 친한'이라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친구란 나에게 영혼 이상의 존재이기 때문이다.그런데 이 녀석에게는 가장 친한 단 하나뿐이 친구라는 미사어구를  붙여주고 싶다.


내가 가진 친구는 거의 십대 그리고 그리고 스무살의 불타던 정의와 불의 사이에서 다투고 싸웠던 그렇게 만난 친구들이 벌써 이제는 최소 30년 지기가 되었다.


이 녀석은 고작 13년째 되어 가는데도 33년의 이야기를 다 듣고 다 알고 있다.출장이나 여행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이 녀석과 함께 한다.차안,비행기안,기차안 어디에서든 나는 컴퓨터 보다,핸드폰 보다 더 자주 만난다.펜촉을 갈아아 하는 날이 오더라도 나는 이 녀석의 정신같은 펜촉을 가는 일은 없을것이다.친구란 오래 될수록 좋고,친구란 앞으로 가져야 할것보다 그때 가진것이 좋아서 친구가 된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독히 변하는것을 싫어한다.그런데도 타인으로 인해서 내가 변해야만 한다면 아주 철저하게 변해 버린다.나에게는 일종의 이율배반이다.하지만 늘 가슴속에서는 떠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는 사실이다.그게 남과 다른 점이다.더 솔직히 말한다면 단 한번도 나는 남을 아프지 않게 한 적이 없다.그렇게 내가 아팠기 때문이다.

매일 매일 늘 내가 만나는 그리움이란 내게는 친구와 같은 일종의 의리같은 것이다.








중학교때부터 만년필을 써왔다.그래서 수많은 만년필을 써왔다.그런데도 아직까지 가지고 있는것은 단 하나이다.종류의 수가 아닌 정의된 종류의 이름이다.


만년필...,나는 아주 오랫동안 써왔다.


만년필을 쓰는 이유는 많지만 나에게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절대로 물과 만나지도 닿지도 않게 해야한다는 것이다.그리고 최소한의 마를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지우고 쓸일이 있어서 안되는,잘못 쓰여졌다면 지우는게 아니라 두줄을 그어 둔채로 그대로의 흔적을 남기고 써가야 한다는 이유에서이다.


만년필과 만나는 종이가 얇으면 얇을수록 내가 쓴 글이 뒷면과 뒷장에 고스란히 남는다는 것이다.


우리들에게 만남이란 어떻게 남는냐가 중요한 세상의 한가지 방법이다.내가 가진 생각을 고스란히 그대로 남길수 있을때 우리는 그 만남을 운명이요,인연이라는 말을 한다.


또한 거침없이 쓰여지는 볼펜과 달리,펜촉과 종이 사이의 사각거리는 손끝으로 전해져 오는 소리를 들으며 쓸수 있다는 것이다.원치 않는한 절대로 미끄러지듯이 쓸수 없음이 좋다.


우리의 인생도 이와같아서,항상 원칙과 기본없이 세상와 타협하면 이내 우리의 영혼같은 정체성은 흐려져 버리고,최소한의 인내와 인고의 시간이 없으면 원칙과 기본은 제대로 마르지 않아서 손에 묻거나 하얀 종이 위에 원치 않는 흔적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온 세상과 사는 지금 현재가 우리가 꾸는 꿈처럼 살아지지 않는것은 우리 영혼의 축복일지 모른다.


대한 민국의 민주화가 불 타 오르던 시기,피가 끓는 나이에 붉은 한자 참을 인(忍)"을 붙이고 살았습니다.참을 인(忍)자는 칼도(刀)자 밑에 마음 심(心)자가 놓여 있습니다.그대를 해석한다면 참을 인(忍)이란 가슴에 칼을 얹고있다는 뜻 입니다.


화나는 일이 생겨도,감정이 밀어닥쳐도 죽은 듯이 기다릴 줄 아는 인내,다시말해 자기평정을 잘 유지할 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다른 의미로는 사람의 마음 속에 솟아오르는 미움, 증오, 분노, 배타심 그리고 탐욕등의 이런 생각이 싹틀 때마다 마음 속에 담겨있는 칼로 잘라 버리라는 것입니다.


인내에는 아픔과 결단이 필요합니다.이런 인고의 삶을 터득하는 사람에게는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인격이 있습니다.변하는것을 가장 경멸하면서도 변해야만 하는 이율배반의 삶과 생각이 우리에게 매일매일 다가옵니다.


아무런 울림없는 영혼이라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무의미 할까요.무지 색,무지 무늬같은 아무런 느낌없는 영혼이란 울림없는 뭔가 가득찬 항아리 같지는 않을까요.


은 혼을 담고 있는 그릇이다.그래서 영과 혼이 함께 했을때 우리는 영혼이라 부른다.영혼이란 탐욕이 가장 궁핍한 곳이 되어야만 한다.그리고 탐욕이 비워질때에 그것이 인격이 되어야 한다.비워야 채워지고,비움은 울림이 되고,결국 가득참이 된다는 사실,무념무상이란 어떠한 틀이나 형식에 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정스님이 말한대로 무소유란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게 아니고,불필요한것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대여! 모든 것을 다 소유하기 위해서는 틀과 격이라는 형식에 매이지 말아야 한다.
바람이 불어야만 향기가 나는 것처럼 그대는 어디서나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나라.

2014.6.18



Posted by 멋진글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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