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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픈 이유 (1)

(1)


시름 시름 끙끙 앓고 있다.
자면서 끙끙대는 소리가 들린다.


특별히 어디가 꼭집어 아픈게 아니고 그리 특별히 아플일도 없다.

몸이 축 쳐지고,의욕이 없고,입맛도 없다.물갈아 먹고 배앓이를 하듯 배가 아프다.  


누군가 그러다 죽을래? 라고 물으면 "그럴까?그래두 돼?!"하고 싶다.   


무장해제 되어 전의를 상실한 칼없는 장수처럼,

고향에 돌아가도 반길 사람하나 없는 향수병에 걸린 고독한 뱃사람처럼,

아니면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하는 상사병이 도진 순진한 총각처럼...,


내가 미칠듯 이러고 있다.


침대를 벗어나기가 싫고,눈뜨고 있기가 싫다.

깜빡 누워 잠을 자면 머리속에 내 일이나 내 과거와 전혀 무관한 꿈이 꾸어진다. 


이건 대체 무슨병인가?










(2)


업무를 위해 늘 손에 달려있듯 달고 살던 컴퓨터도 글쓰고 메모해서 찢고 찢어진 낧은 습작노트도  


매일 책상에 앉으면 습관처럼 듣던 MP3도 모두 다 한 순간 내게 찬밥이 되었다.


간단한 이 메일과 세상 소식을 전해주던 웹 서핑용 아이패드도 손에서 놓은지 오래...,

모든 것에 관심이 없어진다.즐겨 읽고 외우다시피한 책도 안본다.    


누워있는 침대 맞은편 발코니로 나가는 큰 유리문의 커튼을 열고 간만에 밖을 나가본다.  


하늘은 회색이고,

마음도 회색이다.



새 소리 같아서 주위를 기울이면 내 머리속에서 나는 새소리이다.


따스한 햇볕이 좋아 병든 병아리 모양을 하고 시린 겨울 댓바람같은 바람속에 혼자 웅크려 앉아 거지같은 몰골를 하고 있다.


이건 도대체 무슨 병인가?





Posted by 멋진글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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