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정갈한 영혼이 핏기없는 하얀 얼굴에 시린 맨 발을 하고서
반짝거리는 속과 곁이 다른 매끈한 장독 뚜껑 위에 시리도록 하얗게 서리가 내렸습니다.
내 심장,내 가슴,내 마음 이렇게 그리움으로 얼다가 녹고,시리다가 아려서 금방이라도 삭고 삭아서 닳아질 것만 같습니다.
그대에게 다가가는 마음 갈기 갈기 찢겨진 문풍지 마냥 너덜거리고
그 사이로 내치는 하얗게 시린 새벽 바람에 살을 에는 한기는 거친 숨을 몰아 쉬는 하얀 입김으로 내렸습니다.
그리운 그대를 만나기 위해 떠나는 이른 새벽 아무도 보이지 않는 내 잠 속에 시린 그대 서리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새벽 잠을 깨우고 떠나는 길에 아쉬움은 찬서리 그대로 이지만 이른 아침 그대 닮은 시린 바람 속 포도향 단맛 날때면
설레이는 마음은 떨림되고, 어느덧 떨림은 끌림이 되어 헤어나기 힘든 심연의 나락으로 빠지곤 했습니다.
이 밤이 끝나면 돌아서서 가야하는 그리운 사연들이 이 밤의 끝에서 영글지 못한 아쉬운 슬픈 사연들이 되고,
그대는 그렇게 못다핀 꽃의 아침이 되어 혼자가는 낯선 길 위에 서 있었습니다.
오는 밤 막지 말아야지....,
지는 밤 서러워 말아야지...,
그리움이란 빠지는 머리카락처럼 표시도 안나는 그저 한줌도 안되는 것이 한 순간 사람은 온통 다 헤집어 놓을때면 그때마다
"그래",이러다 결국에는 하나도 남지 않겠지' 하며 섣부른 기대를 해도 내일이면 똑같이 항상 그대로 이고...,
매일 죽을 것처럼 아프고,시리고 아리면서도 상처는 하나도 없고,흔적도 하나 없으며,죽지도 않고 늘 살아있는,
엿장수 가위처럼 틈새가 헐렁한 것이 아무것도 자를 수 없는 공갈 가위 같은 것이지...,
이른 아침 밤새 흐트러진 고단한 머리를 감으면 밤새 그리움에 헝클어진 기억이 가지런한 모습으로 정리될 것 같은데,
밤새 젖은 영혼 정갈하고 단정하게 빗질하여도 또 금방이면 그대 그리움에 흔들리는 모습으로 헝클어지는 아침이 되어버렸습니다.
아~, 이 아침,이 그리움을 어쩌면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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